내게 무엇이 삶의 위대함이었을까.
거울 속에 내 모습을 살펴본다. 그리고 시덥지 않아 보이는 거울 속의 나에게 질문을 해본다.내가 무엇을 위해 희생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희생할 수 있을지. 나는 결국 그 위대함을 이루게 될것인지.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중간에는 절망에 나락에 빠져버리기 마련이다. 얼마나 올라온지도 기억이 나지 않고, 얼마나 남은지도 보이지 않는다. 이 불확실성이 나를 다시 두려움에 빠지게 만든다. 지난 날의 최선을 다했던 일들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나태했던 모든 순간들만 새록 새록 기억이 나면서 나를 책망한다.
낙타는 마지막 깃털에 쓰러진다는 속담이 머리속에 스쳐가며, 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거울 속의 자신에게 물어본다. 무거워지는 어깨를 바라보며, 신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했다. 나는 프로메테우스처럼 벌을 받는 것이라 느끼고 있다. 타인에게 깃털처럼 가벼운 이 짐이 나에겐 한없이 무겁고 버겁다.
뉴욕에는 참 아름답고 화사한 봄이 찾아왔다. 센트럴 파크에 연인들이 이뻐보이고 화사한 봄날을 즐기는 그 행복이 마냥 부럽다. 내게 주어지지 않은 행복 속에서, 혹은 내가 택하지 않은 행복 속에서, 난 내가 걷고 있는 것이 올바른지 주저하게 된다.
난 주식운용을 너무 하고 싶다. 그런데, 그 문은 좁고, 들어가고 나서 현실은 더 냉혹했다. 내가 우겨서 내가 일하던 회사에서 굳이 샀던 메가스터디는 신통치 않고, 사지 않았던 예스코는 하늘높은줄 모르고 올라간다. 내 노력이 들어가지 않았던 오뚜기는 주가가 2배가 되었고, 승계이슈로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광주신세계는 주춤거리고 있다. 경영진이 불확실하다고 사지 않은 한화타임월드는 광주신세계에 비해서 outperform한다. 스쳐지나가듯 분석한 건설화학은 국민연금의 매수로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LabCorp 이라는 미국회사는 열심히 분석하고 방향성도 좋았지만, 내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미국 매니저를 설득하기엔 무리였다. 중국 생리대 회사 Hengan international은 3주간 모든걸 제끼고 분석했지만, hold라는 허무한 결론이 나왔다. 광산의 reproduction value를 분석했고, 핵 폐기물의 regulation에 대해서 분석한다. 캐나다 신문을 분석하고, 망해버린 미국 USB 업체들을 분석해본다. 전세계의 전섹터를 돌아다니면서도 아직 내 전문 분야 (circle of competence)는 아득히 멀어 보인다.
가치투자자를 위해 일하고 있지만, 막상 가치투자자들에게는 아직 인정받지 못한다. 컬럼비아가 가치투자가 유명하다고 했지만, 가치투자과정을 듣고 싶었지만, 학교에서 허락을 해주지 않았다. Event-driven 헷지펀드들을 찾아가봤지만, 내 과거 경력을 문제 삼으면서 함께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Quant firm은 내가 박사과정이 아니라는 것에서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 내가 연락한 200명의 헤드헌터들은 내게 아직 좋은 기회를 안 주고 있다. 친구들은 KKR, Paulson&co 같이 기라성같은 회사에 다니지만, 내게는 취업 그 자체로만도 특별히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불확실성이 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라면, 나는 이 불확실성과 함께 잘 사는 방법은 연습하는 중일 것이다. 앞으로 수십년을 함께 살아가야할테니. 그리고 이현세씨가 "천재와 싸워서 이기는 방법"에서 얘기했듯, 누군가를 먼저 보내줘야할지도 모르겠다. 두려움과 불확실성속에서 흠뻑 젖어버린채, 잠깐 앉아서 숨을 돌린다. 내 위치는 모르겠고, 정상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숨을 돌리고, 이 모든 것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다시 걷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