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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4.28] 20년의 간격을 두고
   조형진   | 2007·04·28 21:14 | HIT : 3,814 | VOTE : 988 |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1987년과 2007년에 20년을 두고 똑같이 반복되는 이야기이다.

8살때 즈음의 일이었다.
그 당시 우리 가족은 원주 군부대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원주는 도시에서 생각할 수 없는 자연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다.
아파트를 조금만 벗어나면 울창한 숲과 강. 
소위 인위적인 개발이 덜 된 곳이었다. 

장난많고 개구리잡기를 좋아하던 나는 친구들과
주로 메뚜기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다녔다.
잘 기억은 나지 않으나, 튀겨먹었던 어렴풋한 기억들이 난다.;

여느때와 똑같이 친구와 둘이서 개구리를 잡으러
자전거를 타고 숲속으로 향했다.
한참을 헤매인끝에 개구리가 폴짝폴짝 뛰어가는걸 목격하고
신나서 나는 개구리를 잡으러 앞뒤 안보고 뛰어갔다.

몇발작을 쫓아가다가
어느 순간 나의 신발이 땅속으로 미끄러져들어가는걸 느꼈다.
땅에 습기가 많은 곳이었는데, 그런 곳을 '늪지'라고 한다는건 훗날 알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놀란 나는 발을 뺐는데, 신발이 진흙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그만 벗겨지고 말았다.

신발을 잃어버리면 안된다는 생각아래, 다시 발을 조심스레 신발에 끼어넣었다.
하지만 균형을 잃어버리고 내 몸이 바로 늪으로 빠져버렸다.
이미 내 두발 전부 늪에 있었던것을 몰랐던 것이다.
갑작스레 일어난, 두려운 일들 앞에서 나는 엄청 당황했다.

당황한만큼 몸을 늪에서 빼려고 움직였으나, 더 깊이 늪속으로 빠져들어갈 뿐이었다
정말로 순식간에 빠져들어가버렸다.

긴급한 상황에서 친구에게 도움을 구했으나, 친구 역시 너무 어린 나이여서인지
그 상황이 무서워 울면서 도망치는 것이었다.

내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었던 친구가 사라지니,
죽음이란 단어가 성큼 어느 순간 내 눈앞에 다가왔다.

너무나도 급격하게, 어이없이
7년의 한많은 세월을 끝낼뻔 했다. ( '')

얼마나 울었을까. 7년의 한을 담아 최선을 다해 통곡했다.
남은 73년 아까워서 우찌할꼬..(그 당시 나의 목표는 80살이었다.)
대략 3-4분을 울기 시작했던거 같은데, 나에겐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얼마나 열심히 울었는지 100m밖에 있던 군인아저씨가 그 울음소리를 들었나보다.
보초를 서다가 듣고 찾아와서 나를 구해준 것이다.
정말, 간절히 원해서 삶을 붙잡고자 하니, 누군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난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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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지났다. 이제 내가 28살이 되어 내 삶을 돌이켜 생각해본다.

그리고 이제 다른 종류의 늪에 내가 빠져있음을 느낄 수 있다.

현실속에서 침잠된 내 모습을 바라보며,
내 한계라는 경계선을 느끼며
내 안에서 내가 허우적거리고 있다.

약간의 순간적 쾌락과 따분한 기계적 일상들.
그리고 나의 방향성과 점점 어긋나가는 나의 현실들.
하나 둘씩 무너져가는 자신감.
초라하게 작아지는 모습들.

이젠. 현실적인 사람이 되었나보다.
예전의 무모함이라는 거품이 빠지고 알맹이만 쪼그라들어 남은 자아를 발견한다.

현석이 녀석과 오늘 통화했다. 나의 일상생활과 바라보는 방향을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현석이가 소리쳤다.

"나는 이런 너를 만날 이유가 없어. 겨우 돈 벌겠다고 네 인생을 바친다면 난 너를 미워할꺼야."

맞은 말이다. 백번 맞은 말이다.
돈과 현실의 압박속에서 나는 자아의 끈을 놓친채, 스스로를 침잠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 내가 꿈꾸던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곳들이 있었다.

나는 표현하고자 했으며, 진실되고자 했다.
나는 극복하고자 했으며,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하지만 지금은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처리못한 일들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 그때의 군인아저씨가 생각난다.



     
SUBJECT NAME DATE 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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