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치 :: 조형진 :: Chongchi Zone
Private About chongchi Gallery Bookmark
Project Essay Vocabulary Career


전체 理性 | 感性 | 日想 |
VIEW ARTICLE
[2009.11.10] 김치할머니
   조형진   | 2009·11·10 23:14 | HIT : 2,072 | VOTE : 470 |

난 친구를 만나러 늦은 저녁 9시. 신천역으로 걸어간다.

어랏? 신천역 근처에서 왠 할머니가 뭔가를 파는 게 아니던가?

양로원에서 뵐 법한 백발머리의 할머니는 김치를 팔고 있었다.

도대체 왜 김치를 이 시간에 판단 말인가? 어처구니 없게...

모른척하고 난 약속장소를 갔고, 친구들을 만나서 나의 힘든 인생사를 열변하였다.

왜 내 삶이 힘든지 논문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왜 타인의 이해가 필요한 상황인지 설득하고 있었다.

논문이 완성될 때 쯤, 잠실 근처로 돌아오기 위해서 신천역 근처로 갔다.

밤...11시에 신천역에서 겉절이, 파김치를 팔던 백발할머니가 아직도 있지 않던가!

찢은 스케치북을 방석삼아 앉아 있던 그 할머니는 밤 11시가 넘도록

황량한 거리에서 김치를 팔고 있었다.

도시의 네온사인 불빛 아래서 수많은 익명성을 지닌 도시인들이 피곤한 모습으로

제 갈길을 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한 봉지에 3000원. 그 할머니는 스타벅스 커피값도 못한 김치 한봉지를 팔고 있었다.

난 4봉지 중 3봉지를 덮썩 집어버렸다.

"할머니. 3봉지니깐 만원 드릴께요."

"아녀 됐어. 여기 천원 가져가. 정말 고마워.."

그 할머니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싶지 않던 난 천원을 돌려받는다.

9천원의 가치는 이렇게 소중한 것.

내 논문의 결과가 부끄러워졌다.

내 이기적 고민들 틀 속에서 갇혀버렸던 쪼그라들었던 자아.

그리고 넓은 세상은 외면했던 나.

한없이 불평많은 고지위에 올라온 청년이 그렇게 잠이 든다.



     
SUBJECT NAME DATE HIT
  [2005.05.05] 이별 snapshot [11]  조형진 09·11·10 3113
  [2005.05.05] 불공평한 사랑 [7]  조형진 09·11·10 2327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GGAM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