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치 :: 조형진 :: Chongchi Zone
Private About chongchi Gallery Bookmark
Project Essay Vocabulary Career


전체 理性 | 感性 | 日想 |
VIEW ARTICLE
[2005.10.16] 나의 강아지 해피.
   조형진   | 2007·01·28 00:26 | HIT : 3,420 | VOTE : 778 |

이야기는 내가 아주 어렸을적, 약 14년전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도 아니라, 국민학교라고 부르던 그 시절...
사실은 나에겐 남의 이야기처럼 낯설은 추억이다.

우리 가족은 한달도 채안된, 건강한 푸들을 데리고 오게 된다.
바로 이전에 데리고 왔던 푸들녀석이 건강하지 못한 관계로 1개월만에 죽게 되자, 부모님은 어린 자식들이 상처받지는 않을까 하는 심사로, 건강한 푸들 녀석으로 데리고 왔었더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녀석은 정말로 건강했다. 마치 시골에서 태어난 아기처럼 건강하게 잘 자랐다.

그 시절...유년기라 부를 수 있는 나의시절에 가장 멋지게 지어낸 이름은 "해피"였다.
어린이들 머리속에서나 나올 수 있는 그런 촌스런 이름.
그러나, 가장 순수했던 '행복'이란 단어가 그 녀석의 이름이었다.

해피는 나의 성장사를 고스란히 지켜본 녀석이기도 하고, 못된 장난꾸러기였던 나를 묵묵히 받아주었던 녀석이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그 녀석에게 있어서 "행복"은 아니었던듯 싶다. 항상 나를 보면 좋아하는거 같기도 하면서, 약간은 피하려 들었으니..

그런 해피가 몇년전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이유는 허리 디스크였다. 해피는 워낙 활동적이고 참견하는 것을 좋아해서, 가끔 무모한 짓을 하다가 다치곤 했다. 그래도 다행히 몇일 아프고 또 다시 어린 시절의 생기발랄함을 되찾는 것이 고마웠다. 아팠다가 낫는 과정 속에서 나는 매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건강했던 강아지에게도 노환은 어쩔 수 없는가보다. 눈이 점점 안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귀도 잘 안들려보이는거 같았다. 예전에는 부르면 잘 쳐다봤는데, 잘 안들리는지 멀뚱멀뚱 다른 곳만 쳐다보기 일쑤였다.

그래도 나는 곧 건강해지겠지..란 위안을 했다.

해피는 어려서부터 운동하는 것을 너무나도 좋아했다. 하지만, 너무 활동적이어서 항상 골치거리였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내가 달리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운동시켜준다는 약속은 훗날로 미뤄지게 되었다. 대학교 가면 많이 시켜야지. 졸업하고 나면 많이 시켜야지라고 다짐했던것들은 순전히 거짓말이 될 뿐이었다.

나는 너무나도 바빴다. 나의 노력과 성취..서울대 컴퓨터 공학과 입학/졸업 그리고 과대표 그리고 100:1도 넘는 병특을 뚫어내고, 게다가 원하는 NHN으로까지 전직을 성공시켰다. 대학원 다니랴, 회사일 하랴, 나는 내 자신의 능력을 반짝 반짝 닦아, 이제는 실력으로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만큼 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성취의 뒷면에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홀이 있었음을 나는 감추려했다.
그 소홀에는 가족뿐 아니라, 가족처럼 생각하던 해피녀석도 있었다.
1시간을 시간내기가 어려워서, 운동을 못시켜주다니...

성공한 사람의 푸념이라고 들어봤나?
성공을 위해 이만치 달려왔더니, 행복은 반대편쪽에 있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들.
그런 나의 성공가도속에 분명히 '해피'는 없었다. 나는 나를 위해 너무 바빳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성공이라는 명목 아래, 주변 사람을 보살필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오늘, 나는 공부를 하던 도중 문자를 받게 된다.

"형진아. 해피가 죽게 될거 같애."

철렁이는 가슴과 지난 14년의 필름들이 순식간에 거꾸로 휘감겼다.
그리고는 나의 '소홀'이 영화처럼 오버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나의 눈물.

급하게 타고 간 택시에서 내려 보니 해피는 이미 죽어있었다.
사인은 척추가 끊어지는 사고사.
집안에 있던 떨어지는 유리창에 허리가 끊겨, 하반신 불구 상태에서 호흡곤란으로 죽었다.

큰 고통속에서 생전에 물지 않던 어머니 손을 강하게 물었다 한다.
주인을 한번도 문적이 없었던 그 녀석이..어머니 손에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는 후송되어서, 숨을 천천히 쉬더니 어머니의 마지막 한마디 "사랑해"라는 속삭임을 듣고는 발을 어머니께 올리고 품안에서 숨이 멈췄다고 한다.

이제서야 나는 그 녀석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생전에는 내 머리속의 1%도 차지 못했던 그 녀석이, 이제사 내 머리속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성을 지닌 만물의 영장-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멍청한 짓인 '후회'를 내가 드디어 하게 되었다.

1시간만 강아지에게 시간을 내줄껄...
이젠 시간이 펑펑 남아돌아도 해줄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바쁜 나의 인생 시계가 원망스러웠다. 아니 그 시계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한 내 능력이 부끄러웠다. 나는 어릴적은 못된 장난꾸러기였고, 커서는 성공한척하려는 변명꾼이었다. 어려서나 커서나 나는 부족함의 투성이일 뿐이었다.

내 진실의 밑바닥이 보이는 순간..나는 부끄러워진다.

화장터에서 마지막 입맞춤을 하고..불길속으로 해피를 보낸다.
어지럽다. 현기증이 난다. 손발에 전기가 오듯이 지릿함이 느껴진다.
나의 과거, 나의 소홀함, 그리고 사랑...

성공. 죽음. 행복. 진실.
이런 단어들이 머릿 속에서 두서없이 나열되어버린다.
그러고는 이내 부끄러워진다.

화장터에서 돌아오며, 해피의 뼈가 담겨져 있는 항아리를 바라본다.

"해피야. 나는 너때문에 정말 해피했어."

성공, 바쁨, 소홀, 후회, 추억, 행복, 죽음 그리고 사랑
내가 배웠던 단어들이 전부 재정립되는 순간이었다.
아니...재정립해야 하는건 살아남고 깨달은 자의 몫이다.

"그리고 해피야. 미안해. 이제 해피엔딩처럼 편안한 곳에서 잠을 자렴."

2005년 10월 16일 일요일 저녁.
해피를 잃은 하루 속에서.



     
SUBJECT NAME DATE HIT
  홈페이지 컨셉에 대한 고민 [4]  조형진 07·01·28 3495
  [2004.08.19] 생일 [10]  조형진 07·01·27 3323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GGAM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