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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8.23] 고양이와 나
   조형진   | 2009·12·23 11:50 | HIT : 2,729 | VOTE : 594 |
고양이가 애절하게 울고 있었다...

내가 막 커피숖에서 회의를 끝내고, 지친 몸을 끌고 나온 시각은 11시였다. 바로 그 앞에서 고양이가 애절하게 울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들을 경계하는 어미 고양이, 그리고 그 뒤로 숨어있는 자그마한 새끼 고양이 2마리가 있었던 것이엇다.

'피곤'에 방심했던 순간, 나는 그들의 삶에 미끄러져 들어간다.
강남역 근처에서 새끼를 먹여살리기 위해 애써야하는 어미의 노력/헌신들이 문득 내 머리속을 통과한다. 그들의 삶이 얼마나 위험한 위치에 있는지, 나약하게 세상에 노출되어 있는지 내 마음속으로 통과한다.

이내 몇번의 울음을 듣고선, 담장 넘어에서 다른 고양이들이 나온다. 아니, 저건 새끼다. 게다가 2마리가 담장위에 있다. 어찌 올라갔는지 3m나 되는 담장 위에 새끼 고양이 2마리가 어미를 향해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미 고양이는 그들에게 어떻게 도달해야하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분명, 어미 고양이는 어려움에 봉착해있었다.

난 그들의 어려움에 더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구석으로 붙어서 골목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어미 고양이가 놀라 담장위 새끼 고양이를 버리고 달아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조심 올라간다. 그래도 어미 고양이는 계속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헌데 밑에서 승용차가 급하게 올라오기 시작한다. 고양이의 경계를 붙잡는 것 또한 위험한 일이라 생각해서 나는 빠르게 올라간다. 그리고 간신히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는 승용차를 피한다.

휴...

그들은 이 어지럽고 위험한 공간 속에서 난처함에 빠져있었다. 그들의 방황, 두려움이 내게로 전이된다. 순간 나와 그들은 소통을 하게 된다. 나의 상황이 그들의 상황에 거울반사되어 내 눈에 비친 것이다. 두려움에 가득한 어미의 눈빛에서 나의 두려움을 읽어낸다. 난처한 상황속에서 나의 난처한 상황이 느껴진다.

내가 그들을 행복하게 할순 없을까...?

문득 데자뷰가 스쳐지나간다. 예전에도 이런 순간이 있었다. 나의 남는 에너지를 이용해서 누군가에게 빛이 되고자 했던 꿈을 가진 순간. 세상의 행복을 내가 노력해서 가꾸리란 의지.

하지만 그 꿈은 지금 초라하리만큼 빛을 잃어가고 있다. 그 꿈은 말 그대로 꿈이었다. 회사에서 이런 기획자가 있으면 마땅한 해고사유였을 것이다. 행동이 없었다. 예전에도 그 순간과 똑같이 느꼈고 바뀌고자 생각했지만, 나는 바뀌지 않았다.

그동안 세상은 흘러가고 있었다. 생의 모래시계는 나를 27살로 데려다놓았다. 그동안 회사의 업무는 쌓여가고 있다. 벌여놓은 프로젝트가 방향성을 잃고 제각각 춤을 추고 있다. 그 모든 공간에, 예전에 꿈꾸던 '강한 나'의 모습은 없고, '당황해하는 나'만 있을 뿐이다. 그게 나의 두려움,난처함,당황스러움이다.

씁쓸한 한숨을 쉬며, 그들을 위해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의 기도를 하고 왔다.
"어미 고양아, 담장을 올라가려면 언덕을 올라가서 돌아가야해. 차 조심하고. 내일은 맛있는 먹이를 사냥하렴."

바람이 분다. 그리고 문득 두려움이 외로움이란 단어로 포장되어 내 빰을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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